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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8회 칸영화제,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다. 베니스와 베를린 최고상에 이어 3대 영화제 그랜드 슬램이다. 그런 성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역설적으로 그가 고국에서 수십 년째 탄압에 굴하지 않고 영화 작업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자택연금 상태에서 오만 방법을 궁리해 창작을 잇는 불굴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역사는 곧 검열과의 진지전이다. 과거엔 권력 눈 밖에 나면 영화를 만들기 불가능했다. 망명하지 않고선 수가 없었다. 강한 통제력으로 예술을 단속하는 체제에선 특히 그랬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영화가 산업과 시장의 무형적 규제에 눈치를 봤다면, 반대편에선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문화예술을 용인하지 않는 철권이 존재했다. 구소련은 그 대표 예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영화 일기를 통해, 아무리 사정하고 양보해도 창작을 승인하지 않는 당국에 절망을 토로해 후대에 남겼다.
그나마 타르코프스키는 몇 년에 한 편 작업을 이어가다 끝내 국외 망명했지만,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한 비운의 감독이 있다. 세르게이 파라자노프다. 그는 대표작 덕분에 4년간 투옥되고, 17년 동안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소련 붕괴 직전에야 창작이 허용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감독은 얼마 후 세상을 떠나고, 무한한 가능성은 함께 묻히고 만다. 아쉬움은 용케 살아남은 몇 작품으로 달랠 수밖에 없다.
대체 왜 이 영화를 그렇게 가두려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