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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이수현과 함께 쓴 '인생 사용 설명서'? 잔나비 4집 파헤치기 [M뮤직관]](https://img1.daumcdn.net/thumb/S1200x63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3/HockeyNewsKorea/20251023000147697dqkr.jpg)
잔나비 정규 4집의 설계는 치밀하고도 서정적이다. 파트1이 푸르른 계절 속 청춘의 열정과 설렘, 때로는 서툰 방황을 그렸다면, 이번에 공개된 파트2 'LIFE'는 낙엽 지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나이 듦과 회고, 그리고 인생의 크고 작은 순간들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Earth' 로 시작해 'After School Activity', '오 뉴욕시티' 를 거쳐 '마더' 와 '첫사랑은 안녕히-' 에 이르기까지 12개의 트랙은 마치 하루의 시작부터 저물녘까지, 혹은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순서대로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즌성 감정과 보편적인 인생의 서사를 잔나비 특유의 '레트로 사운드'와 '문학적인 가사', 그리고 감각적인 '비주얼'로 긴밀하게 결속시킨, 동시대 밴드 프로젝트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 잔나비는 이 앨범을 통해 자신들이 단순히 히트곡을 만드는 밴드를 넘어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러'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번 파트2의 타이틀곡 '첫사랑은 안녕히-' 는 이러한 회고의 정서를 가장 아름답게 응축한 곡이다. 서정적인 멜로디 위로 풍성하게 쌓이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최정훈의 섬세한 보컬은 '어른이 된 나'가 과거의 사랑을 담담하게 추억하는 순간을 아련하게 그려낸다. 발매 직후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며 빠르게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이러한 잔나비표 감성이 여전히 유효하며 강력하다는 증거다.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과 뮤직비디오 역시 이러한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따뜻한 색감과 시적인 연출은 마치 한 편의 짧은 문학 작품을 보는 듯한 여운을 남기며,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보고 느끼게' 만든다.
이번 앨범의 백미는 단연 '협업'이다. 양희은이 참여한 '잭 케루악' 은 이 시대의 청춘(최정훈)과 시대를 앞서간 청춘(양희은)이 만나 서로 다른 시선으로 '젊음'을 노래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마치 오래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양희은의 목소리와 잔나비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만나 시간을 초월하는 감동을 만들어낸다. AKMU 이수현이 참여한 '마더' 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인 사랑의 서사를 그려내며 앨범의 감정적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혔다.
이는 단순한 피처링을 넘어 세대와 장르를 잇는 '연결'의 시도다. 잔나비는 두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들의 이야기가 특정 세대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서사임을 증명해냈다.
잔나비의 정규 4집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음악의 시대에 '오래 간직되는 이야기'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 잔나비는 그 답을,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완성한 이 앨범으로 증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