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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언뜻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제지업계에 몸담았던 만수라는 인물이 평생을 몸담았던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하지만 반드시 그 일을 다시 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며, 이 일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건 어쩌면 영화에 관한 영화로 보인다.
박 감독은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인의 삶을 떠올리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삶을 떠올릴 거다"면서도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은 종이 만드는 일을 그렇게 중요한 일로 생각하지 않는데, 주인공은 그 일을 자기 인생 자체로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영화라는 게 어떻게 보면 삶에 큰 도움을 주는 건 아닐 수도 있어요. 그저 두 시간 짜리 오락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일에 자신이 가진 걸 모두 쏟아부어서, 인생을 통째로 걸고 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습니다. 전 제지업계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그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는 겁니다."
이 작품은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트(Donald E. Westlake)가 1997년에 내놓은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이다. 이 작품은 중산층 남성이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뒤 다시 취업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날 박 감독의 얘기는 결국 한국영화 현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 영화업계가 어렵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팬데믹 상황에서 회복이 더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영 이런 상태에 머무르진 않을 거다. 저희 영화가 이 구렁텅이에서,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조금이라고 역할을 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주인공 만수를 연기한 배우 이병헌 역시 박 감독과 비슷한 애기를 했다. 그는 최근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현지 언론을 만났을 떼도 이 작품이 영화계 현실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종이는 그 쓰임새가 점차 사라져가죠. 제지업계와 비슷한 어려움을 영화계도 겪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나 극장의 어려움이 크죠. 아마 모든 영화인이 공감하는 얘기일 겁니다. 극 후반부엔 인공지능(AI) 관련 얘기도 나오죠. 그것 역시 영화인이 느끼는 큰 위협 중 하나입니다. 그런 지점에서 이 영화의 이야기와 영화업계 현실엔 공통점이 많다고 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