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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시윤이 고(故) 이순재를 향해 마지막 편지를 띄웠다. 데뷔 첫날부터 연기 인생의 기반을 세워준 고인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이제 제가 그 빈 연습실을 지키겠다”며 깊은 존경과 그리움을 표했다. 윤시윤은 지난 26일 오후 이순재의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이순재가 영면에 든 27일, 직접 작성한 편지에서 윤시윤은 24살 가을의 기억을 꺼냈다. 첫 데뷔작이었던 MBC ‘지붕 뚫고 하이킥’ 전체 대본 리딩 날, 긴장과 설렘 속에 누구보다 일찍 방송국을 찾았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첫 데뷔를 위해 전체 대본 리딩을 하러 방송국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떨리고 두려운 마음을 다잡을 방법은 연습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수일 밤낮을 연습에 매진하고, 리딩 당일도 3시간이나 일찍 가서 약속된 장소의 문을 열었습니다.” 혼자 연습을 하기 위해 누구보다 일찍 방송국을 찾은 윤시윤은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생각지도 못한 대선배가 먼저 와 있었던 것. “다른 누구도 아닌 이순재 선생님께서 혼자 앉아서 대본을 열정적으로 연습하고 계셨습니다. 너무나 크게 당황하던 제게 따뜻하게 웃어주시며 챙겨주셨던 그날이 생생합니다.” 다정한 미소와 살갑게 챙겨주던 말투, 홀로 대본을 붙들고 있던 이순재의 모습을 윤시윤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고인은 생전 누구보다 묵묵하고 겸손하게 현장을 지켰다. “가혹한 촬영스케줄에 몸을 가누기 힘드신 순간에도, 눈을 힘겹게 감으시며 대사를 놓칠까 중얼중얼 읊고 계시던 모습, 방송사에서 무리하게 후배들에게 따끔한 조언을 부탁드렸을 때도 망설이고 망설이며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강조하시던 모습, 참 생생합니다.” 윤시윤은 편지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저의 삶에 가장 큰 의미가 되는 첫걸음 속에 보여주셨던 그 풍경. 비어있는 연습실을 홀로 지키며 작품을 여셨던 모습. 이제 그 비어있는 연습실을 이어서 지키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고 이순재는 윤시윤의 연기 인생에 큰 자취를 남겼다. 지난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던 윤시윤은 “선생님을 보며 배우가 연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며 “끊임없는 소통, 솔선수범, 기본을 지키는 자세를 눈으로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때의 배움을 평생의 연기 원칙으로 간직해왔다. 한편 이순재의 발인이 엄수된 27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영결식장에서는 추모 영상이 재생됐고, 고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정보석, 하지원, 김영철 등 생전 고인과 깊게 인연을 맺은 배우들은 각자의 일화를 꺼내며 “평생 겸손했던 예술가”, “한결같은 품위와 예의의 사람”이라고 그를 추억했다. 후배들은 깊이 고개를 숙여 이순재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1934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난 고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1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평생을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살았다. …